2016년 1월. 새해 첫 토요독서회(줄여서 토독회) 소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문화공간의 사회학’(김세훈 저, 한국학술정보. 2009)입니다. 지난해말부터 토독회에서는 우리나라의 도서관史에 관한 책과 논문들을 중점적으로 읽어 왔는데, 이 책에서는 구한말 서구 근대도서관의 출현부터 90년대까지 도서관의 시대적 변천사를 수록하고 있어 이달의 책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모임에서는 애초에 의도했던 도서관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공공영역으로서의 도서관의 가치와 의미를 고민해 보는데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도서관사라고 하는 것이 단순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얻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함께 연관지어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이라고 할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토독회 모임날 개인적인 사정으로 뒷부분에 잠깐 참여했던터라 모임때 논의되었던 내용과는 별개로 이 책을 읽고난 개인적인 소감을 지면을 통해 함께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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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의 사회학 - 국가, 공공영역 그리고 도서관


 

송재술

 

도서관은 왜 무료인가?’, ‘왜 공공의 세금으로 운영해야 하는가?’, ‘왜 사람들이 오기 쉬운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어야 하는가?’, ‘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도서관을 지어야 하는가?’, ‘왜 책 안좋아하는 사람들도 도서관으로 끌어 들여야 하는가?’

도서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고민들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사실 도서관이 좀 유별난 구석이 있다. 공공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여타의 기관들 -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공체육시설, 공원 등에서 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게 잘못되었다고 얘기하진 않는다. 하지만 도서관은 아예 법에서 자료 복사나 강습 같은 일부 예외적인 사항을 제외하고는 사용료를 받을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공공영역이라고 하는 것이 국가 권력과 어떠한 관계 속에서 발전해 왔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도서관이 무료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쓰인 책은 아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공공도서관이 처음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1900년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 그 어렴풋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1900년대를 전후한 일제 강점기 시기. 이 시기는 사사로운 영역에 머물러 있던 개인들이 공공의 영역으로 나오기 시작한 때이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공공영역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저자는 공공영역의 개념을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일어나는 공간이며 동시에 공공의 이해관계에 대하여 비판담론 및 여론이 형성되는 공간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들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매개자로서 제도화된 공간이 존재하는데 근대 초기에 도서관을 비롯하여 박물관, 극장들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저자는 이 가운데 도서관을 중심으로 공공영역의 발달 과정을 파악해 보고자 하였다.

 

도서관은 그 시설을 통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의 관심과 지향이 담겨져 있는 공간이며 동시에 이와 관련된 제반 사회제도와 그것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실천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회의 관심과 지향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평가하며 받아들이는 개인들의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도서관은 외형상 나타나는 장소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도와 행위가 서로 만나는 추상화된 공간으로 존재한다.

- p. 20~21

 

저자는 도서관을 단순히 자료를 모아두는 장소의 개념에서 확장하여 도서관 사회적 기능, 즉 개인들이 도서관에서 수집한 정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환경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실천적인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으로 바라보았다. 하버마스가 정의한 공공영역의 개념을 그 자체로서 증명하는 대표적인 기관이자 건강한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견제와 협력 대상으로서 도서관을 바라 본 것이다.

도서관의 이러한 가치는 현재 종로도서관의 전신이자 사회 운동 차원에서 본격적인 도서관 설립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경성도서관의 설립 취지를 설명한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선 사회에 대한 인식이 조선 사회만을 알아서는 불가능하고 세계의 상황을 알아야 하며, 세계 상황에 대한 인식 없이는 한 가족의 가정생활 또한 충분히 경영될 수 없다

  - p. 96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1920년대 이후 일제에 대항하는 사회교육 시설로서 조선인의 민중 계몽 운동의 일환으로 전국 각지에서 도서관 설립 운동이 활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 시기 도서관 운동을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첫째, 장서도 부족하고 이용률도 낮았지만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과 청년 단체들이 의논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미 공공영역으로서 도서관의 기능이 작동했으며, 둘째 도서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구질서와 비견되는 새로운 질서를 나타내는 공간이라는 점, 셋째 개인적인 독서활동에서 독서 공중으로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도서관의 기능으로 인해 비판의 토대가 되는 기반, 곧 자기 자신 및 세계와의 의사소통을 통하여 비판 공중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해 주었다고 평가하면서 공공영역의 기초가 마련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했던 도서관이 무료로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초기 도서관이 갖고 있던 공공영역으로서의 사회적 가치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방이후 이전까지 민립으로 만들어진 도서관들은 관립공공도서관 체계로 대부분 바뀌게 되는데 이 기시부터 도서관 운영에 국가의 개입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1955년 대학설치 기준령, 1963년 도서관법 제정, 1964년 교육자치제 실시, 1967공공도서관설치 5개년 계획등이 추진되면서 도서관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공공영역으로서 도서관의 가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6~70년대를 거치면서 과거 계몽을 통한 개인의 비판 역량 강화라는 도서관의 기능이 서로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한 것이다. 이는 도서관을 단순히 근대화에 필요한 지식 능력을 갖춘 인력을 배출하는 기능 공간으로 의미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서관의 모습인 공부방의 이미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8~90년대에 들어 도서관법 개정과 국가 지원의 확대 속에 도서관은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또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개가 및 관외 대출운동’, ‘입관료 폐지운동등을 통해 사람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운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민도서실 운동’, ‘작은도서관 운동도 이 시기에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 시기부터 나타났던 공부방, 자습실로서의 도서관 기능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과거 도서관을 통해 사사로운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나왔던 개인들은 다시 도서관을 통해 각자의 사사로운 영역으로 후퇴해 들어갔다고 비판하면서 저자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 시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책에서는 마지막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가진 행위 주체로서의 개인에 대한 재발견을 통해 교육 기능과 비판기능을 통합해 나감으로써 공공영역의 재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으로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

이 책이 쓰인 시기가 2002년이니 그 후로 이미 1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도서관의 공부방 이미지는 많이 개선되었다. 최근에 개관한 여러 도서관들은 별도의 공부방을 두지 않고 있기도 하다. 도서관수는 훨씬 더 많아졌고, 시설이나 서비스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하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 같은 게 있는데 아마도 그 원인이 이 책에서 말하는 초창기 도서관이 갖고 공공영역으로서의 가치가 점점 희석되어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도서관도 사회 필요에 의해 만들어 졌고 기대되는 역할이 달라지다 보니 시대에 따라 그 가치나 기능은 조금씩 바뀌어 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도서관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 사사로운 개인들을 공공의 장으로 끌어내는 장치로서의 가치를 쉽게 포기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감이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현 시대에서 도서관도 시류에 휩쓸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에만 연연해하는 모습들을 간혹 보게 된다. 이 책은 도서관의 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서 있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발간한 것으로 학술연구정보서비스(http://www.riss4u.net/)에서 해당 논문의 원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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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럼문화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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