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크리모사

 

라크리모사 / 윤현승 / 로크미디어(2008)

 

  작가 윤현승을 처음 인지한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친구가 추천해서 이 작가의 하얀 늑대들을 읽었다는 것과 그 책을 전권 구입했다는 것, 그리고 책에 소개된 저자 약력을 보고, PC 통신의 소설 연재 게시판에서 그 소설의 제목을 본 기억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는 내용뿐이다. 하얀 늑대들은 출간 직후인 2004년 즈음 읽은 것 같으니 그 기억도 그 쯤일 것이다. 추측만 남발하는 것은 그 당시의 기록이 지금은 하드디스크 속에 잠겨 있어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얀 늑대들을 구입한 뒤, 다른 작품이 언제쯤 나올까 꾸준히 찾았는데 마침 로크미디어에서 노블레스 클럽이라는 총서명으로 판타지소설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리즈 3번째 책이 바로 라크리모사였다. 로크미디어의 노블레스 클럽은 다른 책들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절판 된 것이 매우 아쉬운 정도로 잘 만든 판타지소설들이다. 라크리모사도 시리즈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소재나 전개, 소설 전체의 짜임새와 글, 그리고 그 결말까지 모두 다 흡족하게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도서관 관장의 행동을 따라간다. 그 짧은 첫 머리에서, 바쁘게 움직이면서 지극히 사서적인 행동을 보이는 관장은 뭔가에 쫓기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도서관의 지하 서고 어딘가에 있는 모양이다. 관장은 조연이지만 그 아래의 사서는 주연이며, 주 배경이 되는 도서관은 작지만 희귀서도 소장하고 있다. 인문 고양이든 사회과학 서적이든 이런 분야는 다른 분들이 좋은 책을 골라 올려주시겠지만 이런 소설 속의 도서관은 내가 찾지 않으면 누가 찾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더라. 사서가 주인공이고 주 배경이 도서관인 소설은 그리 흔치 않으니 이 책을 제일 먼저 서평 목록에 올린 것도 당연하다.

  루카르도는 이탈리아의 소도시에 있는 도서관 사서이다. 관장과 루카르도, 이 둘이 도서관을 관리하고 있는데, 오래된 도서관이라 그런지 관장만 출입 가능한 지하 서고도 존재한다. 10대의 딸과 둘이서 오순도순 사는 가족이 무너진 건 어느 날이었다. 도서관 관장이 연쇄살인마라며 도망치라는 경찰의 연락, 도서관에 남아 있으라는 낯선이의 전화가 동시에 들이 닥친다. 그리고 딸은 저 낯선 여자와 함께 있는 걸로 보인다. 연쇄살인마라는 관장도, 딸을 찾아줄 수 없는 경찰들도, 그리고 딸을 데리고 있는 누군가도 믿을 수 없다.

  초반에는 추리소설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중반부를 넘어가서는 스릴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아주 짧지만 섬뜩한 동화가 번갈아 등장하며, 결말부에는 왜 그 동화가 필요했는지도 나온다. 이탈리아의 희귀본 소장 도서관이라는 배경 때문에라도 장미의 이름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그 보다 더 잔혹하고 여러 복선들이 깔려 있는 이 소설은 마지막에 가서는 장엄한, 라크리모사를 연주한다.

  라크리모사는 가톨릭 장례 미사곡의 일부이다. 모차르트나 베를리오즈의 레퀴엠에도 포함되어 있다. 라틴어 사전에서 찾으면 weeping이나 tearful을 대응어로 보는데 눈물겨운, 눈물을 흘리는이란 뜻이다. 다 읽고 나면 귓가에서 그 레퀴엠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특히 마지막에는 편집의 묘미까지 더해서 장면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스릴러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중반 이후에 판타지 특유의 설정을 더하지만 그것이 스릴러를 한 숟가락 더 얹은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몇 년 전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다시 펼쳐 들면서도 그 장면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잘 만든 소설, 잘 짜인 소설. 아버지와 딸의 관계나 형사와 사서의 관계, 그리고 관장의 이야기까지 보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읽는 내내 영화처럼 장면이 펼쳐지는데 상상력의 한계인지 도서관 내부의 모양은 역시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로 나타나더라. 작은 도서관이니 그런 장엄한 모습은 아닐 것인데. 하여간 도서관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 서고도 등장하고 사서의 업무 능력도 사건 전개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그렇고 도서관과 사서를 소재로 한 소설을 소개하면서 맨 처음 둘만하다.

  생각난 김에 마지막 장면은 이 레퀴엠을 두 유명 작곡가의 버전으로 찾아 들으면서 다시 읽어 보려 한다. 마침 다들 310일을 흥겨이 맞으며 레퀴엠을 올려 주고 있으니 딱 좋다. 형사님의 이야기나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더 적고 싶었지만 그러면 내용 폭로가 되니 참고, 다음에 올릴 서평 도서를 찾으러 가야겠다.

 

전곡중학교 사서교사 김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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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럼문화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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