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히로시(2017). 작가의 수지,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이 책의 출간 정보는 보았지만 인터넷 서점의 신간소개로 슬쩍 훑고 넘어가던 때였다. 트위터 타임라인에 모리 히로시라는 인물에 대한 트윗이 여럿 올라왔다. 그와 동시에 모리 히로시가 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의 약자. 유명하지 않은 사람을 무시하고 얕보는 칭호)이냐, 트윗한 사람이 모른다는 이유로 이 작가가 듣보잡 취급을 당하느냐는 반응도 많았다. 그제야 모리 히로시가 누구인가 검색할 생각이 들었는데, 검색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작가라는 트윗이 따라왔다. 그 순간 누구를 듣보잡 취급하느냐!’는 말이 혀 끝까지 튀어 올라오더라.

모리 히로시는 일본 추리소설이 한국에 번역되어 나오던 그 초창기부터 번역 출간되던 소설의 작가다. 그 작품은 몇 년 전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으며 그 몇 년 전에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그런 시리즈의 작가를 자신이 모르니 남들도 모른다고 취급하면 얼마나 얄팍한 지식인가. 그렇게 비판하는 나도 뒤늦게야 그 모리 히로시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양심이 찔린다.

책 저자가 그 모리 히로시라는 것을 몰랐다고 해도 이 책은 출판사 때문에 어차피 구입할 예정이었다. 출판사 때문에 장바구니에 담으려 하던 때, 다른 출판사에서 모든 것이 F가 된다로 시작하는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10권을 다 출간한 기념으로 박스 세트를 내놓았고 거기에 홀려 구입했다. 시리즈를 구입하고 보니 장바구니에 담으려던 이 책이 그 모리 히로시의 수필이란다. 매번 챙겨 보던 출판사에다 막 구입한 소설 세트의 저자이니 안 살 수 없다. 그리하여 책은 일단 사놓고 보면 언젠가는 읽겠지 하며 미루다가 서평을 위해 뒤늦게 읽고 나서는 박장대소하며 왜 이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후회하던 참이다.

아주 간단히 이 책을 소개하자면 공대 조교수 출신의 소설가가 자신의 수입 내역을 스프레드시트로 작성하여 일목요연하게 프리젠테이션하고, 자랑하는 논픽션이다.

모리 히로시는 나고야 출신으로 모교의 조교수로 근무하다 2005년 은퇴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소설가 은퇴 선언을 하고, 지금은 신칸센도 닿지 않는 시골에서 하루 1시간 남짓만 집필하는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런 생활이 가능한 것은 은퇴자금이 충분히 모였기 때문이다. 20년간의 집필 생활로 278권의 책을 썼고, 책을 통한 수입은 15억 엔이다. 그리고 그 외에 영화화나 다른 매체화를 통한 수입, 그리고 전자책으로 받은 수입 등을 더하면 대략 20억 엔을 벌었을 것이란다. 원화로 간단히 환산하려면 뒤에 0을 하나 더 붙이면 되니 오늘(510)의 환율로 보면 200억 원이 안 될 것이고, 일주일 전의 환율로는 200억 원하고도 얼마 더 붙을 것이다. 그러니 시골에 땅을 사고 거기서 여유롭게 취미생활을 즐겨도 충분한 자금이다.

제목대로라면 모리 히로시는 수지맞는 직업생활을 보낸 셈이다. 그럼에도 이 작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란다. 맞다. 통계상으로 보면 분명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요시모토 바나나나 히가시노 게이고보다 모리 히로시는 이름이 훨씬 덜 알려진 매니악한 작가다. 그런 작가가 후배들을 위해 아주 친절하게, 작가라는 직업이 얼마나 시간을 투입하고 출판사와는 어떤 계약을 하며 책에 따라 어떻게 다른 계약을 하는지를 설명한 책이 이것이다. 읽다보면 후배소설가들을 위해서 쓴 책이라기보다는 자기 나름으로 지금까지 돈을 얼마나 벌었고 그 흐름이 어떻고 출판사나 다른 공저자와의 계약 분배는 어떻게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밝히기 위해 쓴 책이 아닌가 싶다. , 작가가 자신의 수입 내역에 대해 푸념하듯 쓴 일반 에세이가 아니라, 학자가 추리소설가의 수입 내역 사례 데이터를 확보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원체 읽기 쉬운 글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학술논문이 아니라 에세이에 가까운 논픽션이 나왔다. 굳이 따지자면 딱 한 명의 데이터를 가지고 쓴 사례 분석이지만 그 내역이 아주 구체적이고 일반화 할 수 있을 내용이다 보니 다른 작가들이나 작가초년생들에게도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하다. 오히려 그게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책 말미에 실린 마포 김사장(북스피어의 사장 김홍민 씨)의 후기를 보면 적나라하게 작가의 수입 내역을 밝혔다는 이유로 속물이라는 소리도 여러 번 들은 모양이다. 아마 그런 글이 나오든 말든 모리 히로시에게는 별 타격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돈에 대해 초연한 듯 보이는 그런 작가들의 모습이 더 속물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어쩌면 모리 히로시가 추리소설가가 된 계기나 그 수입 내역을 보고 부러운 마음에 도리어 더 괴롭힌 것이 아닌가라는 망상도 들었다. 후기에 소개된 것처럼 거짓말처럼 소설가 데뷔를 하게 되었니 그런 망상은 더더욱 강화된다.

모리 히로시의 데뷔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읽던 추리소설을 보고 나도 이런 것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단번에 소설을 탈고하고 그걸 출판사에 응모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소설 탈고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일주일. 그리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까지 네 권 분량의 소설을 더 썼고, 이게 첫 출간작이자 대표작인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포함한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였단다. 소설을 쓴 가장 큰 이유는 취미생활에 필요한 용돈을 벌기 위함이었으며, 15억 엔 이상을 벌어들인 지금은 본업이건 부업이건 둘 다 은퇴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리하여 책 후반부에 기술한 것처럼 취미생활인 모형 관련 모임 등에는 지금도 가끔 참여하며, 시골 정원에도 11 비율의 모형 철도를 만들어 놓아 즐긴다. 그 외에 차도 좋아한 덕에 여러 대 구입 했다가 보관하기 쉽지 않아 친구들에게 맡겼으며, 지금은 시골에서 정원일과 모형철도에 푹 빠져 지내고 그 날의 일과를 마친 뒤 일과 시간 중에 얻은 아이디어를 약 한 시간의 집필 시간 동안 풀어내는 모양이다.

부럽다. 하지만 그 부러운 생활 뒤에는 대학 조교수로서의 업무와 소설 집필이라는 부업의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맞춰온 노고가 있었다. 결국 조교수를 먼저 은퇴하고 그 뒤에 소설도 은퇴하였지만 그 간의 자기 관리 노력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번역된 소설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를 보면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공대에서의 생활이 책에 녹아 있다. 거기에 수필집 고독이 필요한 시간도 은둔자 기질이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런 걸 보면 20년이나 사회생활을 해온 것이 자신의 성격이나 성질을 억누르고 해온 것이니 그만한 보상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수입 내역을 통해 작가가 벌어들이는 수입과 지출의 내역을 보여주며, 예기치 않은 곳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며, 이게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책을 써오고 출간한 덕인가 싶다. 남은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던 오랜만의 즐거운 책이었다.


전곡중학교 사서교사 김송이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포럼문화와도서관

IFLA에서 발행한 <How To Spot Fake News> (https://www.ifla.org/publications/node/11174) 인포그래픽을 <포럼 문화와도서관>에서 번역하였습니다. 

IFLA는 2016년 FactCheck.org의 <가짜 뉴스 가려내는 방법>이라는 기사를 바탕으로 독자가 뉴스를 검증하도록 하는 방법을 인포그랙픽으로 발행하고 '지혜를 모으면 모을수록 세상은 더 현명해진다.'며 널리 사용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간단하지만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어 포럼에서 번역하여 배포합니다. 

how_to_spot_fake_news.pdf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포럼문화와도서관

도서관장이 알아야할 거의 모든 것

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다케우치 노리요시 지음, 도서관운동연구회 옮김 / 한울, 2002)

 

 

우라야스(浦安)는 도쿄와 지바현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해안 어촌 마을이었다. 1969년 도쿄로 통하는 지하철이 개통되고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한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1981년 시로 승격하였고, 1983년 디즈니랜드 개장과 인근에 대형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우라야스는 도쿄의 위성도시로 급성장하게 된다. 시 승격을 앞둔 1980년 우라야스는 새로운 도서관 건립 계획을 수립하였고, 지역 주민들은 이런 도서관을 바라는 모임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주민 중심의 도서관’,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자유롭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건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저자인 다케우치 노리요시는 당시 우라야스가 속한 지바현의 현립중앙도서관, 우리나라로 치자면 지역대표도서관에서 10년을 일한 중견 사서로 중앙도서관장의 추천을 받아 우라야스 시립도서관 초대관장으로 취임한다. 이 책은 신도시의 새로운 공공도서관 건립을 준비하는 신참 도서관장의 좌충우돌 경험담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우라야스 도서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가 1981년이니 지금으로부터 약36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저자가 건립과정에서 경험하고 고민하는 바는 지금 우리나라의 도서관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자아낸다. 타케우치 관장이 취임한 시기가 기본 설계 검토를 마치고 실시설계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는데, 당시 일본에서도 도서관이 건립되기 전부터 관장을 채용한 사례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분이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도서관과 지역서점간의 상생 문제에 대한 고민하는 모습들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공부방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 공부방 좌석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시의원의 질의에 대해 관장은 도서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극히 일부 이용자보다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독서 의욕을 채우기 위해 한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둘 수 있도록 할애하겠다고 당당하게 답변한다. 그러면서 도서관을 방문한 한국도서관협회 엄 회장(역대 한국도서관협회장 가운데 성이 엄씨인 분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초대 사무국장을 지내고, 당시 대한도서관연구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엄대섭 선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의 말을 인용하는데 당시 한국 도서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 한국의 공립도서관은 학습관이라고 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좌석관리가 역할이어서 일을 할 의욕도 없고, 아주 무능력한 사람이 머무는 직장이 되어버렸고 한다.”

도서관에 전문직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제기, 시민 모임과의 관계, 도서관의 민간위탁, 침묵을 강요하는 도서관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으로서의 도서관, 시장 불러오라는 막무가내 이용자 응대, 불필요한 직원이 너무 많다는 악성 민원에 대한 답변 등 오늘날 우리나라 도서관장들이 한번쯤 겪어 봤음직한 고민들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역의 중앙도서관 관장으로서 개별 도서관 운영뿐만 아니라, 우라야스를 시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이내에 도서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관장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개관 후 우라야스 도서관은 시민 1인당 도서구입비가 1,300엔으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네 자리수를 돌파한 도서관이 되었으며, 1인당 대출 권수도 10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게 된다. 개관 1년 만에 시민의 절반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소학교, 중학교 학생의 가입 비율은 무려 89%에 달하게 된다. 1985년에는 제1회 일본도서관협회 우수도서관건축상도 수상한다. 도서관의 성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경제적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해서 홍보함으로써 여러 언론을 통해 널리 전파하는 마케팅 능력도 탁월하다.

새로운 도서관 개관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도서관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사서에게는 따뜻한 위안과 동지로서의 격려를 전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책을 도서관 근무자보다는 오히려 일반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 현장에서 노력하는 사서의 고군분투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다. 하여튼 현재 공공도서관 관장인 사람과 앞으로 관장이 되길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송재술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포럼문화와도서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