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알아야할 거의 모든 것

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다케우치 노리요시 지음, 도서관운동연구회 옮김 / 한울, 2002)

 

 

우라야스(浦安)는 도쿄와 지바현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해안 어촌 마을이었다. 1969년 도쿄로 통하는 지하철이 개통되고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한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1981년 시로 승격하였고, 1983년 디즈니랜드 개장과 인근에 대형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우라야스는 도쿄의 위성도시로 급성장하게 된다. 시 승격을 앞둔 1980년 우라야스는 새로운 도서관 건립 계획을 수립하였고, 지역 주민들은 이런 도서관을 바라는 모임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주민 중심의 도서관’,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자유롭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건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저자인 다케우치 노리요시는 당시 우라야스가 속한 지바현의 현립중앙도서관, 우리나라로 치자면 지역대표도서관에서 10년을 일한 중견 사서로 중앙도서관장의 추천을 받아 우라야스 시립도서관 초대관장으로 취임한다. 이 책은 신도시의 새로운 공공도서관 건립을 준비하는 신참 도서관장의 좌충우돌 경험담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우라야스 도서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가 1981년이니 지금으로부터 약36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저자가 건립과정에서 경험하고 고민하는 바는 지금 우리나라의 도서관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자아낸다. 타케우치 관장이 취임한 시기가 기본 설계 검토를 마치고 실시설계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는데, 당시 일본에서도 도서관이 건립되기 전부터 관장을 채용한 사례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분이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도서관과 지역서점간의 상생 문제에 대한 고민하는 모습들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공부방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 공부방 좌석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시의원의 질의에 대해 관장은 도서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극히 일부 이용자보다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독서 의욕을 채우기 위해 한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둘 수 있도록 할애하겠다고 당당하게 답변한다. 그러면서 도서관을 방문한 한국도서관협회 엄 회장(역대 한국도서관협회장 가운데 성이 엄씨인 분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초대 사무국장을 지내고, 당시 대한도서관연구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엄대섭 선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의 말을 인용하는데 당시 한국 도서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 한국의 공립도서관은 학습관이라고 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좌석관리가 역할이어서 일을 할 의욕도 없고, 아주 무능력한 사람이 머무는 직장이 되어버렸고 한다.”

도서관에 전문직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제기, 시민 모임과의 관계, 도서관의 민간위탁, 침묵을 강요하는 도서관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으로서의 도서관, 시장 불러오라는 막무가내 이용자 응대, 불필요한 직원이 너무 많다는 악성 민원에 대한 답변 등 오늘날 우리나라 도서관장들이 한번쯤 겪어 봤음직한 고민들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역의 중앙도서관 관장으로서 개별 도서관 운영뿐만 아니라, 우라야스를 시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이내에 도서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관장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개관 후 우라야스 도서관은 시민 1인당 도서구입비가 1,300엔으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네 자리수를 돌파한 도서관이 되었으며, 1인당 대출 권수도 10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게 된다. 개관 1년 만에 시민의 절반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소학교, 중학교 학생의 가입 비율은 무려 89%에 달하게 된다. 1985년에는 제1회 일본도서관협회 우수도서관건축상도 수상한다. 도서관의 성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경제적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해서 홍보함으로써 여러 언론을 통해 널리 전파하는 마케팅 능력도 탁월하다.

새로운 도서관 개관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도서관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사서에게는 따뜻한 위안과 동지로서의 격려를 전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책을 도서관 근무자보다는 오히려 일반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 현장에서 노력하는 사서의 고군분투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다. 하여튼 현재 공공도서관 관장인 사람과 앞으로 관장이 되길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송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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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리모사

 

라크리모사 / 윤현승 / 로크미디어(2008)

 

  작가 윤현승을 처음 인지한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친구가 추천해서 이 작가의 하얀 늑대들을 읽었다는 것과 그 책을 전권 구입했다는 것, 그리고 책에 소개된 저자 약력을 보고, PC 통신의 소설 연재 게시판에서 그 소설의 제목을 본 기억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는 내용뿐이다. 하얀 늑대들은 출간 직후인 2004년 즈음 읽은 것 같으니 그 기억도 그 쯤일 것이다. 추측만 남발하는 것은 그 당시의 기록이 지금은 하드디스크 속에 잠겨 있어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얀 늑대들을 구입한 뒤, 다른 작품이 언제쯤 나올까 꾸준히 찾았는데 마침 로크미디어에서 노블레스 클럽이라는 총서명으로 판타지소설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리즈 3번째 책이 바로 라크리모사였다. 로크미디어의 노블레스 클럽은 다른 책들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절판 된 것이 매우 아쉬운 정도로 잘 만든 판타지소설들이다. 라크리모사도 시리즈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소재나 전개, 소설 전체의 짜임새와 글, 그리고 그 결말까지 모두 다 흡족하게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도서관 관장의 행동을 따라간다. 그 짧은 첫 머리에서, 바쁘게 움직이면서 지극히 사서적인 행동을 보이는 관장은 뭔가에 쫓기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도서관의 지하 서고 어딘가에 있는 모양이다. 관장은 조연이지만 그 아래의 사서는 주연이며, 주 배경이 되는 도서관은 작지만 희귀서도 소장하고 있다. 인문 고양이든 사회과학 서적이든 이런 분야는 다른 분들이 좋은 책을 골라 올려주시겠지만 이런 소설 속의 도서관은 내가 찾지 않으면 누가 찾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더라. 사서가 주인공이고 주 배경이 도서관인 소설은 그리 흔치 않으니 이 책을 제일 먼저 서평 목록에 올린 것도 당연하다.

  루카르도는 이탈리아의 소도시에 있는 도서관 사서이다. 관장과 루카르도, 이 둘이 도서관을 관리하고 있는데, 오래된 도서관이라 그런지 관장만 출입 가능한 지하 서고도 존재한다. 10대의 딸과 둘이서 오순도순 사는 가족이 무너진 건 어느 날이었다. 도서관 관장이 연쇄살인마라며 도망치라는 경찰의 연락, 도서관에 남아 있으라는 낯선이의 전화가 동시에 들이 닥친다. 그리고 딸은 저 낯선 여자와 함께 있는 걸로 보인다. 연쇄살인마라는 관장도, 딸을 찾아줄 수 없는 경찰들도, 그리고 딸을 데리고 있는 누군가도 믿을 수 없다.

  초반에는 추리소설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중반부를 넘어가서는 스릴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아주 짧지만 섬뜩한 동화가 번갈아 등장하며, 결말부에는 왜 그 동화가 필요했는지도 나온다. 이탈리아의 희귀본 소장 도서관이라는 배경 때문에라도 장미의 이름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그 보다 더 잔혹하고 여러 복선들이 깔려 있는 이 소설은 마지막에 가서는 장엄한, 라크리모사를 연주한다.

  라크리모사는 가톨릭 장례 미사곡의 일부이다. 모차르트나 베를리오즈의 레퀴엠에도 포함되어 있다. 라틴어 사전에서 찾으면 weeping이나 tearful을 대응어로 보는데 눈물겨운, 눈물을 흘리는이란 뜻이다. 다 읽고 나면 귓가에서 그 레퀴엠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특히 마지막에는 편집의 묘미까지 더해서 장면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스릴러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중반 이후에 판타지 특유의 설정을 더하지만 그것이 스릴러를 한 숟가락 더 얹은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몇 년 전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다시 펼쳐 들면서도 그 장면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잘 만든 소설, 잘 짜인 소설. 아버지와 딸의 관계나 형사와 사서의 관계, 그리고 관장의 이야기까지 보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읽는 내내 영화처럼 장면이 펼쳐지는데 상상력의 한계인지 도서관 내부의 모양은 역시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로 나타나더라. 작은 도서관이니 그런 장엄한 모습은 아닐 것인데. 하여간 도서관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 서고도 등장하고 사서의 업무 능력도 사건 전개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그렇고 도서관과 사서를 소재로 한 소설을 소개하면서 맨 처음 둘만하다.

  생각난 김에 마지막 장면은 이 레퀴엠을 두 유명 작곡가의 버전으로 찾아 들으면서 다시 읽어 보려 한다. 마침 다들 310일을 흥겨이 맞으며 레퀴엠을 올려 주고 있으니 딱 좋다. 형사님의 이야기나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더 적고 싶었지만 그러면 내용 폭로가 되니 참고, 다음에 올릴 서평 도서를 찾으러 가야겠다.

 

전곡중학교 사서교사 김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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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병풍을 뚫고 걸어 나온) 책들의 행진

 

 책들의 행진 / 이효경 지음 / 한국도서관협회(2014)

 


이 책은 미국 대학(컬럼비아대학과 워싱턴대학)에서 16년 이상 한국학사서를 하고 있는 이효경 선생이 사서로서 겪은 도서관 일과 자료, 그리고 이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다. 매튜 배틀스의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가 연상되는 제목이다. 단지 현대 미국의 도서관이라는 제한된 공간이라는 것이 다르지만 신나고 흥미진진한 도서관 사서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요즘 강의 시간에 말하곤 한다. 책이 좋아서 사서가 되겠다거나 서점을 운영하겠다, 는 생각은 안하는 게 좋겠다고. 실제 사서나 서점 주인은 책을 관리하고 서비스하는 일 자체가 중노동이라 개인적으로 편안하게 책 볼 시간이 없다. 그러려면 충실한 도서관 이용자나 독자로 남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처음부터 남다르게 책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사서를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으로 직업적인 사서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지 않았나 생각된다.

 

필자는 한국에서는 시험 성적에 맞추어 대학에 갔고 미국에서는 좀 더 여유로운 삶을 갖기 위해 박사과정도 밟으려 했지만 미국의 엄격한 학사관리제도와 직업적 체계에 발목이 잡혀 바로 포기했다고 한다. 미국보다 박사과정이 엄격한 곳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현장 근무자가 박사과정을 밟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직장에서도 종신재직권을 얻기 위해서는 6년여 간의 실적을 평가받는 엄격한 제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전문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학문적 배경이나 연구 능력도 중요해서 일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없이는 견디기 힘든 직업이다. 필자가 있는 워싱톤 대학은 주제전문사서가 70명으로 거의 학과 당 1명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서 한국 대학도서관의 현실을 생각하면 그저 답답한 마음이다.

 

멀리 이국 땅에서 한국학 사서로 일하고 있는 분들은 북미, 유럽을 거쳐 30여명에 이른다. 이 분들은 어쩌면 국위선양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하고 있던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는 1975년 외규장각을 발견, 이 책들이 한국으로 반환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더불어서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김하나 사서를 비롯하여 북미의 사서들은 20087월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독도표기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바로 주제명표목표를 통한 영토전쟁을 결정적 승리로 이끌었다. 이 들의 협력의 바탕에는 크게 동아시아도서관협회가 있고 여기에 한국학자료분과위원회가 있었다. 또한 한국학사서들은 한국국제교류재단기금으로 한국도서관컨소시엄을 구성하고 <Ask Korea Studies Librarian>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를 하며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도 그 지원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책거리 병풍에 관한 에피소드다. 19C 중엽 조선시대 이응록이 그린 이 병풍이 어떻게 미국까지 가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거기에 이 대학 도서관장은 이 병풍의 가치를 어떻게 알아내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에다 내다 팔 생각을 했을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병풍이 고가에 팔렸고 그 돈을 다른데 쓰지 않고 이 대학도서관의 한국학장서 소장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귀중본 소장과 다양한 이용서비스 요구에 대한 가치를 정책적으로 판단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 보면 한국학은 남한과 북한을 모두 포함한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북한자료는 <특수자료취급지침>의 대상이 되고 잘못 사용하다가는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자기 검열에 충실한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가 방문한 일본의 조선대학교 도서관보다도 남한의 도서관이 사상과 이념의 경계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은 아프게 다가온다. 필자가 한국학 사서로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림책(만화)을 비롯한 다양한 북한 책을 수집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한국학 연구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 고마운 일이다.

 

이 책 곳곳에는 필자의 사명감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사건들이 많이 있다. 서지학자로 상명대 교수였던 김종천 박사의 도움을 받아 개최한 해방 공간의 도서전시회(1945-1950), 아웃리치 서비스로 기획한 한국어 강연 시리즈 북소리는 결과만 보았을 때는 그리 큰 일이 아닌 것 같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얼마나 열과 성을 다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학문적 전문성과 열정 못지않게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이 없이는 해 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밖에 뉴욕 컬럼비아대학 한국학 사서로 일했던 고종 황제의 아들 의친왕의 딸인 이해경 선생 이야기, 한민족 디아스포라 역사자료 구축을 위한 자료센터 설립에 대한 제안, 한국을 사랑하며 한국인보다 더 한국학에 심취하고 있는 외국 학자들의 이야기는 재미와 반성을 동시에 갖게 한다. 특히 일생을 18C 조선시대 유학자 유형원 연구로 바친 제임스 팔레(James Palais) 교수, 한글 필사본으로 추정되는 고전 연작 소설 <벽허담 관제어록><하씨선행후대록>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러시아 사하족 출신의 울리아 코브야코바(Uliana Kobyakova) 같은 사람을 보면 경외감이 든다.

 

사서들은 책만 보면 멀미가 난다고도 하지만 사서는 누구보다 전문직으로 봉사를 해야 한다. 사서로서 봉사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지만 무엇보다 나는 글을 써서 자기의 지식과 생각을 많은 사람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생각하는 만큼 어휘를 구사할 수 있고, 아는 범위 내에서 사고한다. 어휘력과 사고력은 상호 연관성이 깊다. 몰랐던 단어를 알게 되는 것은 그 단어의 고유한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는 작업이 되어 사고의 영역을 넓혀준다. 아프리카 속담이라고 하던데 노인이 한 명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거라고 했던가.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사서가 바로 그 오랜 경륜과 지혜로 만들어진 노인이 아니던가. 사서가 책과 사람을 가까이 하면서 얻는 그 지혜의 보물들을 나누는 것이 어쩌면 윤리 강령의 첫 번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으로 사서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귀한 책이다.

 

이효경 사서는 이를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글은 잊혀져가는 기억과의 싸움 속에서 재생해내는 값진 산물이며 사유의 놀이터로 어휘의 연습장으로 그리고 감동의 전이를 만끽하고 신나는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마련하는 장이라고. 맞는 말이다. 공감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앞서 말했듯이 공적인 이유를 하나 더 붙이고자 한다. 사서는 다양한 활동과 전문적인 연구와 지원을 통해 그 기록을 보존할 뿐 아니라 그 기록, 다름 아닌 역사를 써 나가며 널리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글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의무여야 한다. 그래서 사서는 그 빛나는 지혜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업을 숙명처럼 지녀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

 

명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송승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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